단순한 심벌로 궁금증을 만드는 가게들 3
심벌을 만든다면 입체로 해야 하는 걸까? 하는 고민을 할 수 있다.
명확히 이야기 하면 반드시 입체만이 심벌이라고는 할 수 없다.
심벌 : 1. Symbol 2. Emblem 기호, 상징, 부호

간판에 글로만 따지면 ‘황토방, 랑, 이랑, 어!, 도 있네’ 만 있는데 간판을 보는 사람은 모두 ‘돼지랑 닭이랑 어! 오리도 있네’라고 읽는다. 그림이 글로 읽힌다.
손님이 혼자 되뇌는 말을 간판이 대신 말해주는 재미있고 잘 만든 간판이다.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심벌’ 하고는 차이가 있지만, 이미지가 연상 작용에 의해 글을 대신하고 있다는 면에서 예시를 들었다.
(그나저나 저 가게 간판은 눈에 쏙 들어오는데 뭐가 메인인지 모르겠다. 아래는 생선구이전문점이라고 쓰여있는데…)
위 간판과 아래 간판을 비교해 보자.

퀄리티 자체가 다르고 아이디어가 뛰어나다.
닭이 뭔가에 놀랐는지 담벼락을 후루룩~ 하고 넘어가는 듯한 장면이 연출된 재미있는 모습이다.
날아가는 닭 모양이 쫓기는 건지 쫓아가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닭 표정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자세히 보면 닭의 생김새나 깃털, 닭발의 모양이 섬세해서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간판 자리에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지만 우리는 보자마자 닭을 재료로 하는 가게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닭날다’는 홍대에서 20년 된 맛집으로 유명한 집인데 내부 인테리어도 특이하지만 맥주를 수통에 담아주는 특이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닭을 주 재료로 하는 가게의 콘셉트와 일치하는 심벌을 만들어 간판 자리에 놓은 것은 정말 훌륭한 장치이다.
우리는 허겁지겁 인상 쓰면서 날아가는 저 닭을 본 순간부터 절대 이 가게를 잊을 수 없게 된다.
심벌은 그러한 힘이 있다.

이전 포스트에서 짚신매운갈비찜 가게의 간판과 외장을 소개하면서 ‘지붕 위에 짚을 묶어서 올려놓으면 상호명이 연상되어서 좋겠다’라고 한 적이 있다.
이후 이 프랜차이즈를 몇 가게 보게 되었는데
역시 매장에 이야기 한 그런 장치가 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짚신을 그대로 만들어 놓았다.
재료 구이나 숙성에 ‘짚’이 들어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짚신 심벌은 브랜드 네임 자체를 그대로 상기시키고 있다.
저 짚신이 있는 간판과 없는 간판을 비교해 보자.

짚신이 있는 오른쪽은 브랜드 네임도 잘 안 보인다. 그러나 커다란 짚신이 있는 오른쪽 가게가 ‘짚신매운갈비찜’으로 연상되어 기억하기가 쉽다.
왼쪽의 경우는 꼭 저 상호가 아니라 ‘지푸라기매운갈비찜’, ‘최신매운갈비찜’ 이라고 써도 사람들이 눈치채기 어렵다.
같은 프랜차이즈이라고 해도 심벌이 있느냐 없느냐는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수많은 간판들 사이에서 단연 저 짚신이 눈에 띈다.

심벌은 형태화 되어 있을수록 특별하게 보이고 강조되어 보인다.
형상은 직관적으로 유사한 형태와 의미를 연상시키면서 그 내용을 파악하게 만든다.
위 예시들에서 그림이나 로고처럼 읽어야 하는 것보다는 형상을 지닌 심벌이 더 빠르게 인식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독자의 가게가 수많은 간판들 속에서 1초라도 빠르게 인식시키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그러한 형상을 가진 심벌을 만들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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