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쏙 들어오는 가게 이름들 3
어떤 사람은 주절주절 서론이 많고 아는 체하면서 떠드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자기 할 말만 딱 하고 끝내는 사람이 있다.
형용사, 부사, 관계대명사 그런 거 다 버리고 핵심적인 말만 하는 것인데 먹자골목의 가게에도 그런 가게들이 있다. 자기 정체성을 한 단어로 밝히면서 그대로 가게 이름을 한 경우이다.
‘여기는 뭐 파는 가게일까?’ 하고 궁금증을 갖을 필요도 없이 묻기도 전에 답 해 버린다.
“막걸리요~”
뭐. 전집, 흥부전, 놀부전, 춘향전, 빈대떡신사 이런 거 없이 그냥 ‘막걸리요’ 다
전집은 ‘전’을 주제로 네이밍을 하는 경우만 보아왔는데 막걸리를 간판 이름으로 쓰니 특이하게 눈에 띈다. 뭔가 어디 시골에서 특별한 맛의 막걸리를 공수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커피1잔’ 이다. 누가봐도 커피 파는 집이다.
둘이 가도 한잔 인가… 한잔 마시고 또 한잔 마시면 안 되는 건가….
사람들이 “커피한잔 하고 가자”, “커피한잔 어때?” 라고 말하는 것을 그대로 연상되게 만든듯한 재미있는 네이밍인데 왠지 커피 1잔만 팔아달라는 듯해 보여서 애잔한 느낌이 든다.
카페를 시작해서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은 알것이다.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장소를 파는 곳이다.'
고객들은 각자의 이유로 카페를 찾아가고 수 없이 많은 카페 중에 오늘 자신이 필요한 공간을 찾아간다.
즉, 누군가와 만날때 어떤 사람하고 만나는지에 따라 카페의 선택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두근거리는 소개팅을 하면서 첫 만남을 '커피1잔' 카페에서 할 사람은 없다.
위 '커피1잔' 카페는 정말로 어떤 이유든 커피 1잔이 필요한 사람들이 고객이 될 것이다.
어쩌면 '혼술', '혼밥'에 익숙해지는 시대에 맞춘 네이밍이라고 볼 수 있다.
저 가게는 진짜 길목에 있다.
한창 오픈 인테리어 중인 듯한데 ‘요리하는 집’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니 저 동네 사는 사람들을 길목에서 발목을 잡고 참새 방앗간을 만들 계획인 듯하다.
특히 비나 눈이 오는 날은 저 길목에서 ‘길목’에 들어가지 않고는 못 배길 듯하다.
가게 이름이 ‘순이네’, ‘ㅇㅇ상회’ 이런것이 아니고 그냥 ‘재래시장’이다.
사장님이 장사할 줄 아는 분이다.
저 위치가 망원시장 입구인데 망원시장이 서울 북서부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재래시장이다.
당연히 망원시장으로 진입하는 길목에도 많은 상가들이 입점해 있는데 시장은 시장이고, 길목은 길목이라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재래시장은 ‘망원시장’으로 각인되어 있다.
즉, 아무리 입구에서 싸게 팔아도 사람들은 망원시장이라는 입구 푯말을 지나서 들어서야만 재래시장으로 인지하는 것이다.
엄연히 재래시장과 그 주변은 가격이나 물건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무의식에 박혀 있는데 망원시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저 가게는 싸고 좋은 물건이 많다는 ‘재래시장의 이미지’를 가게 이름으로 가져온 것이다.
가게 이름을 ‘방원시장’, ‘망이시장’, ‘망원시장 보다 싼 곳’ 등 비슷비슷한 이름으로 짓지 않고 ‘재래시장’으로 지음으로써 소비자들은 망원시장의 재래시장 이미지를 그대로 느끼고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이름 하나 잘 지어서 ‘망원시장’이라는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동선을 가로채서 가게로 모으고, 재래시장의 상인회비도 안내도 되니 일거양득이다.
훌륭한 장치를 한 고도의 장사의 센스이다.
분명히 내 가게인데도 불구하고 남의 옷 빌려 입은 듯 잘 안 맞는 경우가 있다.
몇 차례 소개한 눈에 쏙 들어오는 가게 이름을 가진 가게들은 그런 어색함이 없다. 잠재적 소비자와 실 구매자에게 즐거움을 주고, 순식간에 기억에 남아 장기적 고객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만일 아직도 본인의 가게가 입에 짝짝 붙지 않으면서 어색한 느낌이 들고, 손님들이 찾지 않는 다면 -
일반적이거나 추상적인 가게 이름을 쓸 경우일 수도 있으니 이번 연재된 포스팅을 참고 삼아 기억에 남는 좋은 네이밍으로 교체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눈에 쏙 들어오는 네이밍은 손님을 끌어당기는 아주 훌륭한 장치임을 잊지 말자.
'먹자골목의 손님을 끄는 가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순한 심벌로 궁금증을 만드는 가게들 1 (0) | 2020.08.02 |
---|---|
성공하는 컨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0) | 2020.07.29 |
눈에 쏙 들어오는 가게 이름들 2 (0) | 2020.07.19 |
눈에 쏙 들어오는 가게 이름들 1 (0) | 2020.07.18 |
심리학을 전공한 노점상 할머니 (0) | 2020.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