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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자골목의 손님을 끄는 가게들

투박한 고딕체 로고를 사용한 가게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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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고딕체 로고를 사용한 가게들 (3)

 

지난 편에 오로지 투박한 고딕체 로고를 사용한 가게들을 이야기했었다.

2020/05/04 - [먹자골목의 손님을 끄는 가게들] - 투박한 고딕체 로고를 사용한 가게들 (2)

 

투박한 고딕체 로고를 사용한 가게들 (2)

고딕체의 장점은 눈에 정직하게 들어오는 조형미(造形美. 어떤 물건의 만들어진 형태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다. 명조체 같이 소설이나 드라마의 인물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어렵게 해서 보는 자마다 다른 느낌..

luckysanta.tistory.com

 

고딕체는 투박하고 정직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고딕체를 응용하여 다양한 느낌을 뿜어내는 가게를 살펴보기로 한다.

 

고딕체이다. 명조체의 변형 아닌가 할 수 있지만. 고딕체의 변형이다.

고딕체는? 선이나 획의 굵기를 한결같이 굵은 서체로 하는 글자체의 하나이다.

위 그림의 가게는 고딕체를 이쁘게 변형시킨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로고의 안정감이 없다. 뭔가 정돈되어 보이려고 하는데 산만하다. 프랜차이즈인데도 뭔가 포스를 풍기지 못하고 있다. 이런 곳은 일단 맛으로 승부해야 한다.

수비드가 무엇인가 검색해 보았더니 - 프랑스어로 sous vide. 음식물을 밀폐된 봉지에 담아 미지근한 물속에 오랫동안 데우는 조리법을 말한다고 한다. 방송에서 본 적은 있지만, 단어 자체가 생소하다.

프랑스를 안 가봐서... 프랑스가 저런 컨셉의 외장을 지닌 가게들이 많은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고딕체를 쓰지 말고 명조체의 변형이나 글자를 디자인한 장식적인 로고를 사용하여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와 차별을 두었으면 더 좋을 듯싶다. 수비드 뜻도 생소하지만, 프랑스 느낌이 안 든다. 정말로 단순하게 로고에 에펠탑 이미지를 섞어서 넣었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다른 가게의 간판을 살펴보자.

 

고딕체를 응용한 가게를 소개하려고 하지만, 이 가게는 너무 정직하다. 복잡하지 않다. 어려운 가게 이름을 써서 굳이 그 의미를 생각하면서 느껴 오게 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없다. 간판 스스로 간결하다. 에누리 없이 본인 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던진다. 흔한 심벌 하나, 엠블렘 하나, 그냥 돼지 그림 하나 없다. 냉동 상태의 돼지를 대패 삼겹으로 잘라서 파는 순이상회라는 뜻이다.

손님의 고민을 덜어준다. 분위기 뭐 그런 거 없다. 난 오늘 대패삼겹살 먹을 거야. 그럼 끝이다. 

고딕체를 사용한 것은 정말 잘한 것이다.

 

 

왜 족발 앞에 '마왕' 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홍대 '조폭떡볶이' 같은 컨셉일 수도 있다. 유리의 악마 얼굴의 싸인물 말고는 인테리어가 마왕 같지 않다. 맛있어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런 컨셉인지. 너무 매워서 얼굴이 빨개지니 모두 마왕같이 보일거나 이런 건지 잘 모르겠다.

궁금해서 들어가 먹어봤는데 - 맛있다. 근데 왜 마왕인지 모르겠다.

마왕족발도 고딕체의 변형이다.

 

 

고딕체의 볼드에 엑스트라 볼드 까지 넣은 로고이다. 간판과 외장 분위기에 대한 색상의 내용은 이후 연재하겠지만, 아주 잘 만든 컨셉이다. 레트로 분위기를 노린 듯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로고를 의뢰한 제작자와 컨셉을 만든 디자이너가 많은 시간을 들여 공들인 것이 보인다.

전편에 다루었던 고급 냄새나는 '와인싸롱'과는 반대로 '곱창'이라는 재료는 '짐승', '도살', '내장' 등의 컨셉을 가지고 있다. 여성들이 곱창을 좋아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곱창'이라는 소재는 25도 넘는 소주에 비싼 고기를 대신한 내장을 연탄불에 구워 먹는 노동자와 서민의 음식의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거칠다. 탄내가 난다. 탄광의 검은 냄새를 없애려고 먹는 기름덩어리와 쓰디쓴 소주가 인생의 고난을 대변하는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엑스트라 볼드의 로고가 정확히 들어맞는다.

대한곱창은 요즘 핫한 프랜차이즈 이다. 홈페이지를 찾아서 들어가 보면 벌써 전국 40호점이 오픈 했다고 한다. 본사 광고를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사진의 의정부점은 16평/20테이블에 1일 매출 640만원 이라고 나와있다. 단순 계산 상 월 1억9천 매출이다. 본사는 월 5억이 넘는다.  

 

그 남성적이고 투박한 멋을 잔뜩 뽐낸 로고이다.

그럼에도 곱창가게 컨셉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너무 투박하지 않게... 촌티 나지 않는 복고 분위기로... 그래서 여성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그런 의미가 슬로건에 있다. '그녀가 선택한 곱창'

'곱창'이라는 소재가 지닌 터프함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여성편향적인 디자인을 선택했다. 

제작자와 디자이너들의 전문성이 탄생시킨 좋은 브랜드로 생각된다.

맛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번 가보고 싶다. 그런데 맛은 이미 있는듯하다. 안에 자리가 없어서 길거리에 깔고 먹고 있지 않은가...

 

저 곱창가게가 앉은자리는 의정부 구시가지에서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이 애용했던 포장마차 자리이다. 가게 터가 워낙 좋지만, 이전 포장마차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갔으면 좋겠다. 이전에 포장마차의 주인이시던 할머니가 병세가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가게가 바뀐 것을 보니... 아마 작고 하신지도 모르겠다. 맛있게 먹는다고 고맙다고 손 잡아주며 웃으시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좋은 가게와 그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은 단순히 음식과 술을 파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기억과 추억을 가지고 있다. 만일 그것이 없다면 - 지금부터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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