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의 인지심리학 - 어색한 간판
'아...이 가게 어디선가 본거 같은데???'
이런 것을 인지심리학에서는 '지각과 기억'이라고 하는데 흔한 이미지보다는 독특한 이미지가 주의력을 높이고 지각에 유리하게 되어 곧 기억에 남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한다.(이와 관련된 경제, 경영, 인지심리학 등 서적이 많이 있으므로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좋겠다.)
우리는 그러한 브랜드와 간판을 원 하는 것이다.
'50년 전통'을 제외하고 간판이 흑백으로 되어 있다. 원조감자탕이라는 글자부터 시작 해 일미집으로 선을 길게 연결했다. 깔끔한 베너광고를 보는 느낌이다. 좋은 디자인이다.
'50년 전통'을 붉은색으로 튀게 한것도 강조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아래의 '긴 선'은 시간을 의미한다. 50년간 원조 감자탕을 - 쭈~욱 - 만들어온 '일미집'이라는 게 재미있다. 그냥 만든 간판이 아니다. 2차원적 평면 간판이지만 동영상 같다.
그러나 간판이 이렇게 간결하고 큰데도 불구하고 처음엔 원조감자탕이 눈에 안 들어오고 검은색의 '일미집'과 흰색 바탕만 들어와서 고기구이집인 줄 알았다. 학습의 효과일까? 그동안 삼겹살이든 막창이든 뭔가 구워서 먹는 집들은 흰 바탕에 검정 글자로 가게 이름을 만든 간판들이 많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제는 '흰색 바탕'에 '검정 글자'로 쓰여있는 간판을 보면 그냥 '고깃집'으로 생각하기로 뇌가 정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림도 그렇지만, 명함대비가 심한 흑백사진은 강렬한 포스를 뿜는다. 위 셈플의 두 가게 모두 강렬한 간판이다. 본 포스팅에서는 두 유명한 가게의 간판이 어느 게 좋다 나쁘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간판의 색상이 지니고 있는 인상과 선입견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쉽게 예를 들자면 - 이번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백인문화권에 있는 한국인들이 중국인, 또는 바이러스 전파자라는 누명을 써 길에서 테러를 당하는 내용의 방송이 나왔다. 그 사람은 한국인이고, 코로나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이러한 일이 왜 벌어지는 것일까?
이는 그들의 시각적요소에서 '형태', '색상'들이 동양인으로 차별화되어 '인지'되기 때문이다.
'기억'은 흑백으로 된 간판을 보통 고기를 굽는 집, 연탄불, 등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별 이유 없다. 과거의 많은 가게들이 그러한 간판을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공통 무의식이다.
이미지뿐만 아니라 색상도 그 차별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을 청색으로, 한국당을 붉은색으로 기억하는 경우이다. 이미지가 안 좋아지면 이름을 바꾸고 당의 색을 바꾼다. 기억을 조정하기 위함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흔히 흰색의 검정 로고의 간판을 보면 고기구이집이 떠오른다. 이러한 패턴은 차별화된 이미지로 각인되어 다른 컨텐츠의 유입을 방해한다. 일미집 간판이 어색한 이유가 그 이유이다.
필자는 분명히 잘만든 간판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가진 가게가 왜 간판을 흰색과 검은색으로 했을까 궁금해졌다.
- 답은 바로 가게의 컨텐츠에 있었다.
이 가게의 감자탕은 붉은 감자탕이 아니었다. 맑은 고기육수에 잘 삶아진 돼지등뼈와 큼직한 감자가 깔끔하게 등장했다. 기존에 먹던 감자탕과는 전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본점 사장님은 이 감자탕의 특별한 느낌을 갖은 간판 디자인을 원한 것이 틀림이 없다. 깔끔하면서 구수하고, 흔하지 않은 특색 있는 간판 디자인을 원하신 듯하다. 무엇보다 컨텐츠의 아이덴티티를 놓치고 싶지 않음이 분명하다. 그 의지와 뜻이 간판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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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와 브랜드 로고와의 일관된 정체성에 대해서는 포스팅하였으니 아래 링크를 따라가 보시라.
브랜드의 로고체를 선택하는 방법
고딕체는 선이나 획의 굵기를 한결같이 굵은 서체로 하는 글자체의 하나라고 정의하고 있다. 아. 그럼 고딕체는 그냥 딱딱하고 정형화 되어 있는 것인가? 아니다. 아래 사진을 보자. '캐릭터 샵��
luckysanta.tistory.com
'일미집'은(맛도 훌륭하지만) 브랜드를 대하는 본점 제작자와 디자이너의 고뇌가 있었음을 알게 되는 좋은 케이스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래 그림과 같이 흰색 바탕이 아니라 담백한 돼지등뼈의 색상과 비슷하게 약간의 연한 노란색이 들어갔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이러한 이유는 '일미집'만의 아이덴티티(identity : 정체성)의 색상을 추가하면서 흔한 고기구이집과의 유사성에 '주의'와 '지각'에 변동을 주어 고기구이집의 이미지를 벗어나게 하고 일미집만의 지각 인식과 기억으로 잡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다 된 장기판에 훈수랍시고 하는말이 얄밉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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