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끌어오는 장치를 한 가게들 (2)
저번 편에서 현재 가게에서 부족하거나 리스크가 되는 부분을 '잘 만든 장치'를 통해 지나치는 손님을 가게로 끌어당기는 가게를 알아보았다.
손님을 끌어오는 장치를 한 가게들 (1)
가능하다면 가게 건물에 많은 간판을 하여 광고를 하고 싶겠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과하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브랜드 노출에 관한 것이라면 자주 보여서 기억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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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선택'은 그리 긴 시간이 들지 않는다.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시간은 더 짧아지게 된다. 'NO'가 많으면 다른 가게로 이동하고 'YES'가 많으면 싫어도 들어가게 된다.
연인일 경우 젠틀하게도 여성의 의견이 거의 99%로 작용하기도 한다. 누군가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라면 족발에 소주 한잔을 하고자 하더라도 '그래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이유는 서로의 소중한 시간을 좀 더 가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줄 만한 합리적이고 믿을만한 사람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가게 주인이 가게에 그러한 장치를 해 놓으면 결정은 빠르게 착착 진행되고 가게로 들어가기 쉬워진다. 그 뒤는 콘텐츠(음식 등)가 맡겠지만... 그런 장치들은 이미 본인의 임무를 훌륭히 해낸 것이다.
방송이든 쇼핑몰이든 무조건으로 콘텐츠를 성공시키는 3 대장이 있다. '유아', '펫', '음식'.
3종 세트 중 하나만 드러나게 돼도 경계심이 약해지고 맘이 편해진다. 연인끼리 있다면 누군가 그에 대한 흥미를 보일 때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써 그 시간을 즐기게 해야 할 의무감을 주는 절대 무시하지 못할 콘텐츠이다. 그 누가 3 대장이 관련된 콘텐츠에 매료된 연인을 잡아채고 지나갈만한 강심장이 있겠는가?
오늘은 그러한 장치를 한 가게들을 살펴보자.
떡하니 가게 앞에 우유팩 같은 냥이 집과 귀여운 냥이 2마리를 보게끔 전시해 놓고 가까이 오지 말라니... 이건 대놓고 가까이 와서 구경하라는 것이다. 고양이를 가까이 보러 가는 순간. 이미 우리는 가게 주인에게 발목을 잡힌 것이다.
직접 기르는 고양이가 아니라 길냥이 같은데 애써 고급스러운 집과 정성스러운 음식을 제공하면서 냥이들이 가게 앞을 떠자니 못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뒷편의 작은 창을 통해 이쁜 가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 창문은 아마 절대 열일이 없을 것이다. 냥이의 호객행위에 끌려 들어가 맛있는 식사를 할 때 길냥이의 냄새가 창문을 통해 들어오거나 냥이가 손님의 요리에 흥분하여 뛰어드는 돌발행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미닫이 창문 같지만 '쇼윈도'이다. 잘 짜여진 각본이다.
저 냥이들과 우유팩 집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칠만한 가게였다. 훌륭한 장치다.

코스프레 마치고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힘 빠진 다리와 탁자를 지탱하는 두 손과 팔. 눈은 감았는지 보이지 않고 찻잔에 지긋이 코를 박고 있다. 이건 외로움이다. 거북목을 하고 처진 어깨는 고단함을 느끼게 한다. 얼마나 그리운 향기인지 마실 생각 없이 냄새만 맡고 있다...
커다랗고 시커먼 털북숭이 곰인형이 무서워 보이지 않고 짠~ 한 느낌이 난다. 작은 토끼 인형이라도 옆에 있었으면 금세 즐거운 분위기일 텐데 아주 외롭다. 찻잔을 보아하니 고집스럽게 '난 테크 아웃 말고. 언제나 마시는 찻잔으로~'라고 카운터를 괴롭혔을 것 같다. 재미지다.
스토리가 있어 보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얼핏 편의점이나 빵집 같은 분위기의 카페에 곰인형 한 마리와 찻잔 하나로 '감성코드'를 집어넣어버렸다.
가게를 살린다. 훌륭한 장치다.

'춘자키친' 이라는 애견 간식을 수제로 만들어 제공하는 가게이다.
간판도 특색있고, 가게가 이쁘고, 간판의 강아지 캐릭터가 귀엽고 특이해서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게 되었다. 그런데 아뿔싸... 부지불식간에 가게 주인의 장치에 걸려들어버리고 말았다. 눈치채셨는가???
본인의 댕댕이를 마스코트로 만든 것이다.

댕댕이는 주인의 성격을 닮는다는데... 젊잖다. 마치 오랜 무대생활을 해온 연기자 같다. 아마 '춘자'는 댕댕이 이름일 것이다...
한참을 지켜보았는데 주인이 안 온다. 우리 명배우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면서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의 사진 세례를 받고 있었다... 저 댕댕이의 연기를 본 사람이면 어찌 애견 간식을 온라인에서 사겠는가? 왜 저 가게를 다시 오지 않겠는가?

길냥이든 인형 곰이든 무심한 댕댕이든 이들은 사람들의 걸음을 멈추고 탄성을 지르게 한다.
위 소개된 예들이 특별한 거 없고 아무것도 아닌 - 즉, 우연성이 작용한 흔한 모습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1. 길냥이 경우는 지하에 위치한 가게의 창 앞에 길냥이를 모이게 하는 먹이로 유인하여 우유팩의 이쁜 집을 만들어 놓고 가게의 단점을 극복했다. 2. 휑한 카페는 커다란 곰인형이 찻잔을 홀짝이는 듯한 느낌으로 재미+측은함의 감성을 유발하고 고객이 없어도 비어있지 않은 듯한 카페 분위기를 만들었다. 3. 댕댕이 가게는 자신의 댕댕이를 가게 캐릭터로 만들고 살아있는 마스코트를 가게에 풀어놨다.
계획적이다.
'인간의 본성은 계획적인 것을 선호한다'.
조금은 허술해 보이더라도 약간의 계획성을 가진 장치를 두면 - 사람들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든다.
하지만, 그 계획을 강요하지 말자.
만일 저 연기파 댕댕이 목에 '안녕~ 나는 춘자야! 난 엄마가 만들어주는 간식이 제일 맛있어~" 라고 목걸이라도 해 놨다면 모든 장치는 싸구려로 전락되어 아무도 찾지 않을 것이다. 싸구려 호소는 상대방에게 본인도 싸구려가 되는 느낌을 주게되면서 즉시 '그래야 할 이유'를 아주 빠르게 사라져 버리게 한다.
그러니 위 예시들 처럼 잠재적 고객들에게 지금의 여유로움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정도의 장치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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