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끌어오는 장치를 한 가게들 (3)
손님을 끌어오는 장치는 다양할 수 있다.
이러한 장치를 할 때 중요한 것은 가게의 색깔. 즉 아이덴티티(identity : 정체성)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편의 '춘자키친'의 경우처럼 가게 로고와 마스코트의 관계를 정확히 맞추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러한 장치는 주의-인지-지각-기억의 인지심리에 가장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싼타스토리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듯이 가게 로고를 만들고 사용할 때도 동일한데, 가게의 컨텐츠와 로고의 이미지는 동일선상에서 인지되어야 함이다. 그것이 가게를 기억시키기에 가장 효율적이며, 이후 유저의 소비활동에도 크게 작용을 한다.
소개되는 가게를 위와 같은 조건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가게의 종목은 주얼리로 여성 소품을 파는 샵이다.
왼쪽 사진에는 장미꽃이 없고 오른쪽 사진에는 장미꽃이 있다. 남녀노소 불구하고 어떤 사진에 더 눈길이 가고, 어떤 사진이 감성적인지는 거의 모두 동일한 의견을 낼 것이다.
홍대 골목의 다양하고 이쁜 가게들 사이에서 본인의 가게를 좀 더 확실한 방법으로 눈에 띄게 보이고 싶지만, 주얼리 가게의 특성상 요란하게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요란한 외장으로 광고를 하게 되면 상품의 질이 낮은 것으로 인식되고, 방문 고객이 아이쇼핑만 하고 돌아갈 수 도 있다.
그렇다고 왼쪽 사진 처럼 작은 간판만 하고 깔끔하게만 유지했다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에 주의를 끌지 못하고 기억도 안나는 가게가 되기 쉽다. 즉, 골목의 다른 다채로운 가게의 간판과 외장에 눈이 끌려 가게를 보고도 인지를 못하게 되고 결국 동네에 있는 그냥 가게가 돼버린다.
가게 주인은 밋밋한 가게의 이미지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한 듯 보인다.
그 결과로써 - 가게 주인은 '손님을 끄는 장치'로 '장미꽃 덩굴'을 사용했다.
주인은 왜 그 장치를 만들면서 다른 것이 아닌 장미꽃 덩굴로 장식으로 한 것일까?
물론 어쩌다 보니 장미를 선택한 것일 수도 있고, 그냥 손이 가는대로, 느낌대로 꾸민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장미꽃 덩굴에는 가게 주인의 수많은 고민을 통한 고도한 전략이 들어있다.
빈 공간에 또는 아무것도 없는 길 한복판에 있는 가게는 없다. 항상 주변의 시설물과 가게들이 있다. 더욱이 저 골목은 홍대에서 합정, 상수역으로 지나는 골목으로 아기자기하고 이쁜 가게가 즐비한 곳이다. 주변에 튀고, 개성 있는 캐릭터가 많다는 것이다. 왼쪽 사진의 상황이라면 얼굴도 못 들고 수줍게 뒤로 물러나 병풍만 해야 되는 상황이다.
바로 옆에는 전봇대가 서있고 주차금지판이 빨강 파랑으로 시선을 뺏고 있다. 이대로라면 도저히 가게가 눈길을 끌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게 주인은 이런 상황에서 과감하게도 -
우선 지저분한 전봇대를 판자로 막음으로써 마치 달리는 말의 양쪽 눈 옆에 차안대를 하듯이 시선의 흐름을 막아 가게로 머무르게 하는 효과를 냈다. 옆 건물이 붙어있지 않고 또 건물 입구가 있는 쪽이라 옆 건물 가게에는 큰 영향이 없으므로 시빗거리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장미꽃 덩굴로 장식했다.
장미는 '사랑', '아름다움', '5월', '고백', '축하'의 의미가 있다. 더욱이 '빨간 장미'는 '열정', '욕망', '정절', '불타는 사랑' 등의 의미가 추가된다. - 주얼리 샵의 콘텐츠와 동일한 영역에 있다. - '장미'가 '주얼리'를 상기시키는 형용사와 같은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
전략적이다.
자세히 보면 장미가 판자를 모두 덮지 않고 있다. 판자 옆에 가게 벽에 붙은 계량기를 기준으로 해서 하단으로만 장식했다. 대단한 센스다. 만일 무리해서 판자를 다 덮었으면 장미꽃보다 계량기에 눈이 갔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게로 시선이 이어지지 않고 장미 장식의 벽과 가게가 기름과 물처럼 따로 놀았을 것이다.
그럴 경우 가게 앞면의 순수한 흰색을 장미꽃과 유사한 색상이나 또 다른 치장을 했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주객이 전도되어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한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1. 판자를 막아 시선이 흘러가지 않게 정지시킨 후 2. 사랑, 고백, 아름다움의 상징인 장미를 덩굴째 이용해 무의식적으로 주얼리를 상기시키면서 관심을 끈 후 3. 자연스럽게 주얼리 샵 간판으로 시선이 가게 했다.
사진을 보시라. 장미꽃 덩굴의 높이와 가게 간판의 높이가 정확하게 맞아있다. 그리고 바로 옆에 가게 입구가 있다.
무서울 정도로 계획적이고 전략적이다.
'이런 소름 끼치는 센스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장치들이 너무도 전략적이고, 마치 시간을 잡은 동영상 같다. 가게를 지나치는 3초도 안 되는 시간에 이미 뇌는 가게를 주의하고 인지하고 지각하게 된다. 그리고 저곳이 어떤 가게인지 기억하게 된다.
왼쪽 사진같이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풍 가게가 '장미꽃 덩굴'이라는 '손님을 끌어오는 장치'를 통해 '사랑과 고백'의 '주얼리 샵'으로 기억되는 충격적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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