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가게를 살리는 방법
서울 한복판에서 고급 레스토랑을 연 A사장 이야기
어릴 적 이민으로 장기간 외국에 살았던 A 씨는 국내 상장사의 해외 마케팅 담당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다. 바이어들 통역 및 해외펀드 담당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두기로 하면서 그간 모아둔 자본금을 모두 모아서 서울 한복판에 호텔급 이상의 고급 레스토랑을 개점했다.
레스토랑은 건물 제일 위에 자리 잡아서 서울의 뷰가 한눈에 보이는 멋진 매장이었다. 음식의 질도 상당히 수준 있어서 제공되는 메뉴의 가격이 호텔급이고, 일부 주방장이 직접 나와 설명해 주는 메뉴는 그보다 훨씬 비싼 편에 들었다.
A사장의 목적은 박리다매가 아닌 사람 많고 시끄러운 호텔보다 수준 있는 고급 음식을 찾으면서 어느 정도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손님들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좋은 분위기에 스테이크와 고급 와인을 마시며 품위 있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 있는 사람들을 목적 대상으로 삼았다.

오픈 후 명품잡지에 광고도 하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는데 - 바로 문제가 생겼다.
50% 이상이 예약제였고 메뉴 단가가 높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용을 내고 소비를 할 사람들이 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젊은 층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가게에서 규정한 '드레스코드'는 없었지만 반바지에 크록스를 신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낮은 연령층의 손님들은 대부분 장시간 메뉴를 뒤적거리기만 하면서 주문하기를 주저했고, 급기야 자리를 일어서 나가거나 메뉴의 가격에 크게 소리 내며 불만을 내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슨 이까짓 게 호텔보다 비싸냐"면서 이성과 분위기 있게 데이트하려고 했는데 가격이 비싸서 일어나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데이트 분위기를 망쳤다는 푸념이었다.

이와 같은 손님들은 매장의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고, 다른 고객의 편안한 시간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구매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입장해서 분위기를 망치고, 구매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상황인 것이다.
몇 주를 고민하던 A 사장은 결단을 하였는데 -
직원 남녀 모두 기본 유니폼 위에 실크 나비넥타이를 매게 하고 그중 1명을 지정해서 엘리베이터 앞에 상시 세워 두었다. (이 레스토랑은 건물 제일 위에 위치하고 전체를 다 썼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바로 인포가 있고 인포를 지나면서 레스토랑이 펼쳐지는 구조였다.) 내부에서 손님을 상대해야 할 인원을 과감히 엘리베이터 앞에 세운 것이다.
이 종업원의 일은 단순했다. 구두를 항상 반짝이도록 닦아 신고, 반듯하게 옷의 주름을 잡고, 흰 장갑을 착용한 채 와이셔츠 위에 조끼를 입고 나비넥타이를 매고 서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손님을 45도 인사로 맞이했다.

이 사람의 일이 하나 더 있는데 만일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사람이거나 찢어진 청바지를 너덜거리거나 경박하게 껌을 씹고 있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경우 인사하기를 멈추고 신발부터 머리끝까지 천천히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어떻게 되었을까?
입구부터 비싼 것을 눈치챈 사람들은 '여기가 아닌가 보다' 하고 다시 돌아서 나가고, '뭐야 무시하는 표정인데?' 하고 들어온 사람은 비싼 메뉴를 주문하면서 '이 정도쯤이야'하고 의시 대면서 계산했다.
이후 레스토랑은 고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소문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이어갔다.
어떻게 생각이 드는가?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다니... A사장이 너무 장삿속 인가? 장사를 떠나서 기본이 안된 건가?
본인이 저 레스토랑 사장이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솔직 해지자.
TV 광고에서나 보듯 한창 바쁜 매장에 구걸하러 들어온 걸인에게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를 마련하고 옆에 앉아서 "기운 내세요! 세상은 좋은 일이 많아요~^^" 하면서 따뜻하고 맛난 메뉴를 공짜로 제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골손님일지라도 다른 손님을 내쫓고, 다시 오는 발길을 막게 한다면 이미 그 단골은 손님이 아닌 것이다.

A 사장이 많은 돈을 들여서 개장하고 마케팅한 결과가 구매력이 없는 사람들이 와서 매장 분위기를 저급하게 만듦으로 시작하자마자 가게를 문 닫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장치로써 매출은 다시 오르고 가게는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됐다. 태어나자마자 죽었다 산 것이다.
A 사장이 사용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이전 포스트에 '외모에서 사람의 심리와 취향이 드러난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케팅 전문가였던 A사장은 그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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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ysanta.tistory.com
대부분의 '위기'는 '노력'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자기 발로 들어온 사람을 손님으로 봐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가게를 망하게 하는 난동꾼으로 봐야 하는 것인가?
이러한 것은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노력'으로 고급 레스토랑에 슬리퍼 신고 들어오는 사람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A사장은 종업원의 '눈 빛' 하나로 망할지도 모르는 가게를 정상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이런것이 장사의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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