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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자골목의 손님을 끄는 가게들

멋들어진 ‘레트로’, ‘뉴트로’ 풍의 가게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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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들어진 ‘레트로’, ‘뉴트로’ 풍의 가게들 (3)

 

 

 

미국 영화에서나 볼 듯한 가게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빨려 들어갈 뻔했다.

외장이 엉성하지 않고 디테일이 아주 좋다.

네온사인이 번쩍거리는데 입구에 들어서면 극장에 들어가듯 약간 설렌다. 그 흥분된 긴장감이 도움돼서 멋진 데이트를 할 것 같다.

 

 

 

도대체 이런 감각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깔끔한 간판과 외장에서 1900년대 초의 풍미가 느껴진다.

잘 정제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노랑 바탕에 검정색으로 메뉴를 써서 떡 하니 외장에 붙여놨다.만약 상단의 항정사이처럼 고딕으로 써 놨다면 잘 읽히지도 않고 눈에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저 궁서체가 가게의 풍미를 더 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보라. 당장이라도 볼륨 있는 빠마 머리를 하고 하얀 카라의 몸에 쫙 붙는 땡땡이 원피스를 입은 하이힐을 신은 여배우가 내려올 듯하다.

저 가게에 들어가면 난 무조건 저 빛나는 계단을 올라가서 2층에 창가에 분위기 있게 앉아 소주와 돼지껍데기를 먹을 거다.

단지 문 앞에서 가게를 바라봤을 뿐인데 -

난 이미 2층에 올라가 돼지껍데기를 씹으며 창 밖으로 서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여지없이 ‘장치’에 걸려들었다.

 

 

 


 

 

아주 근사하다. 별거 없이 툭툭 던져 놓은 거 같은데 각자 잘 어울린다. ‘은행골이 유명하긴 하지만 오로지 외부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우리는 가게가 눈에 끌리냐 안 끌리냐가 중요하니우선은 내부 콘텐츠는 넘어가기로 한다.

자리는 상당히 좋다. 삼거리에 떡하니 가운데 위치해서 장사하긴 딱 좋은 자리다.

 

보기에는 그냥 당장 나가도 볼 수 있는 평범한 골목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저 삼거리 길 모든 곳에 아기자기하고 이쁜 가게들이 넘쳐나는 홍대 골목이다.

 

 

지하나 2층의 20평형이 권리금을 제외하고 보증금 4천에 월세 300 가량 하는 곳이다. 저 일대는 1층에 비슷한 사이즈가 5~1, 400~600 정도로 그만큼 장사가 보장되어야 감당할 수 있는 어마 무시한 곳이다.

 

저 위치는 과거 커피숍, 일반음식점이 있던 자리로 주변 지역의 많은 상점들이 무수히 교체된 지역이다. 지역적 특성이 주로 젊은 층이 강세라 확실히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하다.

 

 

굳이 부동산 시세와 부근 상점의 상태 등을 거론하는 이유는 가게가 2015년에 들어왔다는 이유에서 이다.

 

2015년은 슬로우패션이 강세여서 패스트룩에서는 이미 입고 버렸을 옷을 다시 입는 추세로 패션 스타일에 놈코어 룩(평범하면서 센스있는)이 지나면서 레트로(복고) 스타일이 떠오르는 시기였다.

 

TV에서는 응답하라 시리즈가 2012년부터 인기를 끌었고 1988은 아직 방영하지 않은 때에 가게가 들어선 것이다.

 

 

맛도 맛이지만 일단 눈에 띄고 잘 보여야 한다. 유행을 무시할 수 없다. 그 당시의 트렌드를 반영해야 잠재고객들이 반응한다. 많은 고민을 하였을 것이다.

온통 주황색 계열이라 좀 부담스러운 듯 하지만, 일단 눈에 확 띄어서 스쳐 지나갈 일은 없을 듯하다.그리고 레트로의 유행이 이제 곧 트렌드가 될 것이다. 만일 유행에서 끝나버리면 외장은 그냥 빈티지가 될 것이지만 트렌드가 되면 지역에서 레트로를 앞서가며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이러한 고민을 수 없이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예측에 대한 방향은 맞았고 지역 주변의 가게들이 수없이 종목을 바꾸고 주인이 바뀌는데도 은행골은 외장의 변화 없이 5년간 그 모습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시대의 트렌드를 연구하고 흐름을 간파하면 망하지 않고 장사를 오래 할 수 있다.

 

가게가 이쁘고, 특이하고, 단정하고, 아름답거나 또는 소란스럽고 거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저 지역의 수많은 가게들이 그런 가게이다.

저 지역에 가게를 차려놓고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5년이라는 시간은 트렌드를 아는 합판으로 만든 외장이 더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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