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자골목에서 살아남는 컨셉 잡기
지난 편에 간판에 고딕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렇다고 고딕체만이 간판의 정답이 아니다.
다만, 포스팅된 간판들과 고딕체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고딕체를 사용하는 오너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라는 뜻이다. 프랜차이즈에서 만든 브랜드라도 마찬가지다.
브랜드를 만든 오너들의 '그럴만한 이유'라는 것은 - 브랜드명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외장의 스타일, 내장의 스타일, 매니저와 점원의 복장 변화, 서비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컨텐츠(요식업일 경우 요리의 종류와 컨셉)까지 모두 통합해서 브랜드 로고를 만들어야 하고, 그 브랜드의 컨셉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로고체로 간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만일 (우리가 흔히 실수 하듯) 브랜드 로고를 먼저만들고 '현장 컨셉'을 정하려고 하면 일이 아주 어려워지고 복잡해진다.
무슨 말이냐면 화장을 먼저 하게 되면 그에 맞는 옷을 찾는게 무척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화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 있다. 오늘 중요한 모임을 있어 한껏 공들여 화장을 하고 준비한 옷을 입어보니 뭔가 어색하다...드레스룸 옷을 다 꺼내도 화장과 맞지 않는다. 아... 화장 다시 할 시간 없는데...시간은 계속 가고 초조해진다. 그러다 그냥 남들 입듯이 옷을 입고 나가게 된다. 가는 내내, 행사하는 내내 맘이 편치 않다. 남들과 비슷한 옷을 입어서 짜증이 날 정도다. 레트로풍 청바지가 유행이라더니 뭔가 코디가 안 맞고 어색해서 눈치만 보인다. 괜히 입었다. 아니다. 처음부터 행사장에 괜히 왔다는 생각만 든다.
가게를 운영하는데 이러한 고민으로 계속 주저한다면 바로 문을 닫고 처음부터 다시 준비하는게 더 낫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위 케이스와 달리 화장을 잘 하는 사람의 예를 은유적으로 들어본다.
1. 오늘 행사는 어떤 종류인지 파악한다. (내 업종과 컨텐츠에 대한 파악)
2. 행사 장소가 어디인지 파악한다. (가게가 들어설 곳의 주변환경 파악)
3. 행사에 몇 명이나 오는지 예상해 본다. (목적 가게 주변의 유동인구 및 주변 가게의 영업상태 파악)
4. 행사장의 분위기가 어떨지 예상해 본다 _ 결혼식인지, 아기 돌인지, 회사 리셉션인지... (내 컨텐츠의 컨셉에 대한 파악)
5. 4번 항목에 대해 어울리는 컨셉의 의상 선택. (인테리어 및 외장의 컨셉 선택)
6. 4번 항목과 5번항목에 따라 어울리는 화장 및 단장. (브랜드 로고 설정과 간판 컨셉 설정)
7. 행사 참여 (가게 오픈)
위 사람은 어떻게 했는가? 행사의 종류와 장소,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어떤 분위기의 행사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옷을 먼저 고른 다음 마지막으로 행사와 의상에 맞는 화장을 했다.
똑같은 행사에 대한 고민을 해도 넓게 보면서 좁혀들어가 컨셉을 맞췄다. 거꾸로 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게 순서이다.
차를 고를때 컨셉이 지나치게 강한 차를 고르면 오래 타지 못한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너무 독특하고 강렬한 것은 그만큼 쉽게 질린다는 이야기이다. 즉, 요즘 레트로가 대세라고 해서 똑같은 레트로풍의 가게를 열어선 안된다. 아차 하면 길거리 분위기만 만들어놓고 주변 가게의 병풍 서게 되는 것이다.
굵은 고딕체와 엄지손가락의 아이콘, 따봉식당이라는 별 다섯 개 엠블렘이 잘 어울려 있다. 뭐가 따봉일까? 곱창은 물론 분위기도 따봉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야채곱창전문점인데 가격대가 아주 괜찮다. 인테리어도 재미지고 요즘 트렌드인 레트로풍으로 잘 만든 가게이다.
그런데 위치에 약간의 문제가 보인다. 바로 옆가게가 '꼬마 문방구'이고 5m 옆에 '새마을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더 큰 문제가 있는데 - '새마을식당' 쪽으로 약 30m 정도 가면 '올레 곱창'이라고 야채곱창으로 저 지역에서 유명하고 맛있는 아주 막강한 가게가 자리 잡고 있다.
안타깝게 여러가지 컨셉이 겹쳐있다.
레트로는 바로 옆 '꼬마문방구', 가격대는 '새마을식당'(물론 따봉식당이 좀 더 싸지만 새마을식당은 싸다 라는 컨셉이 잡혀 있다), 음식 종목은 '올래곱창' 과 겹친다. 또 바로 앞이 지하로 된 공영주차장이라 차량의 유동이 많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불편한 지형이다. 가게가 몇번 바뀌었는데 이전은 새우 요릿집이었고 그전은 다행히도 같은 야채곱창집이었다. 이전에 자주 찾거나 야채곱창집이 있었다는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다시 찾을 가능성이 있다.
골목을 들어서서 '꼬마문방구'를 시작으로 '따봉식당' - '새마을식당' - '대한곱창' 까지 쭉 동선이 연결되면 지역 자체가 레트로풍의 거리가 형성될 수도 있을 법하다.
'따봉식당'은 분명 화장을 제일 마지막에 한 브랜드이다.
하지만, 주변에 비슷한 화장과 비슷한 옷을 입은 가게들이 많다. 그렇다면 화장 속의 진실한 내면! 컨텐츠가 좋아야 한다. 음식이 맛있어야 한다.
저 지역은 로데오거리에서 약간 벗어난 곳이지만, 젊은층의 유동이 많고 바로 앞 오피스텔에도 상당한 인원이 거주하고 있으므로 - '따봉식당'은 맛과 가격으로 경쟁에서 승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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